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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 2050 거주불능 지구

2020. 7. 5. 10:05 | Posted by 에코뮤니

북극권 시베리아 여름 기온이 30도를 넘어서고 유럽에서 폭염으로 수만 명이 사망하고 있는 기후 위기의 시대다.

언론에는 '기후 위기 비상사태'라는 말들이 오르내리고, '파국'과 '멸종' 혹은 '인류 종말'이라는 암울한 말들이 떠다니며  우리들을 막연한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기후 위기로 인한 고통과 재난은 또 잊혀진다.

누군가에게 그 재난이 닥쳐왔지만, 아직 나에게는 그 재난이 닥쳐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후 재난은 여전히 '미래의 일'로 감지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공식보고서를 보자. '기온 상승으로 인해 세계 인구의 몇 퍼센트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몇 퍼센트가 식량 부족을 겪고, 몇 퍼센트가 폭우와 태풍 피해를 더 입고, 전 세계 주요 도시의 몇 퍼센트가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피해를 입고'... '지구 평균 기온이 2°C 상승하면 1.5°C 상승할 때보다 이런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몇 퍼센트 높아지고'... 건조한 숫자들의 나열과 간단하고 유보적인 문장들은 고통을 추상적으로 만든다. 그 행간에 담긴 어마어마한 재난과 공포를 느낄 수 있을만큼 우리의 과학 지식은 깊지 못하고 우리의 촉수는 예민하지 못하다.  

 

기후위기?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거냐? 지구 평균 기온이 2°C 이상 올라가면 우리 모두 죽는다는 거냐?

당연한 궁금증이다. 그러나, 과학은 속시원하게 답하지 않는다. "물 부족에 시달릴 확률이 몇 퍼센트 상승하고..."

 

미국 언론인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가 쓴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다. 과학 연구 보고서와는 다르다.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제시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감각적이다. 

 

폭염과 열사병, 빈곤과 굶주림, 산불, 해수면 상승과 도시의 침수, 대형 폭풍우, 가뭄과 물부족, 해양생물 멸종, 새로운 대기 오염, 신종 바이러스와 질병의 유행, 경제 몰락, 대규모 기후난민 발생, 자원 전쟁, 인류사회 시스템 붕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인류가 직면할 총체적인 재난과 고통을 전달하고 있다. 수치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야기하지만 펼쳐질 재난의 상황을 적절하게 묘사하고 그 위험과 고통을 설명하는 문장을 덧붙여주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까지 벌어진 기후 재난의 상황들을 구체적으로 환기시켜주기 때문에, 독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 이 책의 좋은 점은 '솔직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손쉽게 희망과 해결책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탄소배출을 줄여줄 것'이라는 환상을 경계한다. 지난 25년간 재생에너지 단위당 비용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전체 에너지사용량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지적한다. 또한, 미국과 유럽의 '탄소 아웃소싱'으로 인한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피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 결국 인류의 운명이 달려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지 않는다. 

 

임박한 기후 재난 앞에서 우리는 애써 희망을 지어낼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직시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일 테다.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재난을 직시하게 하고 느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확실한 느낌은 있다. 

아마도 그것은 기후재난 자체가 가지는 불확실성 때문일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또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는 기후 재난의 불확실성.

전문가들은 인간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하느냐의 변수가 그 불확실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그 불확실성 속에서 끊임 없이 재난의 시나리오를 그려내야 하는 것은 

정보 전달자들의 숙명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