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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이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면서, 올 여름엔 무더위가 얼마나 기승을 부릴지 걱정이 됩니다. 역대 최장 폭염일수를 기록했던 2018년에는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열악한 주거시설에서 거주하는 분들이 온열질환으로 크게 고통을 당했고, 작년에는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한 분이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휴게실에서 휴식 중에 세상을 떠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정책당국자들이라면, 올 여름 예상되는 폭염으로부터 취약계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지금부터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의 양상에 대해 정확한 사실 판단이 필요할 텐데요, 우리 정부 당국은 사실 인식에 있어 축소지향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 듯 합니다. 

2018년 질병관리본부가 공식적으로 집계한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48명.

이 수치는 믿을 만한 것일까요? 오늘은 이 문제를 꼼꼼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018년은 역대 최장 폭염일수를 기록했던 해였습니다.

2018년의 전국 폭염일수는 31.5일이었고요, 그 다음으로 폭염일수가 많았던 해는 1994년으로 전국 폭염일수 31.1일이었습니다. (이 수치의 출처는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의 기후분석 데이터입니다)

 

폭염일수가 가장 많았던 2018년에는 온열질환자도 대폭 증가했는데요, 질병관리본부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여름동안 4,526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고, 이 중 48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전까지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았던 2016년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의 통계로는 2,125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고, 이 중 17명이 사망했습니다. 2016년에 비해 2018년 온열질환자는 두 배가 넘고, 사망자는 3배 가까이 됩니다.

 

그런데, 이 수치가 전부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이 나왔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통계는 각 병원 응급실에서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한 수치들을 집계한 것인데, 병원의 보고가 자율적인 것이기 때문에 누락되는 수치가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응급실에도 못 가보고 사망한 환자들도 있을 거라는 지적입니다.

 

<한겨레21>은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를 분석하여, 2018년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160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2019년 11월 20일자 보도). 그러나, 이 수치가 전부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폭염으로 인해 기저질환이 악화되거나 다른 질환 또는 사고가 유발되어 사망한 경우는 반영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열사병 등 무더위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무더위로 인해 심장질환 등 순환계 질환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또한, 무더위가 사람들 간의 폭력을 간접적으로 유발하여 사망사고에 이르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데, 이런 경우도 반영되지 못합니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는 직접적인 온열질환 사망자 수를 보여줄 뿐, 폭염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 수를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추이를 공식으로 만들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추산합니다.      

 

2010년 포르투갈에서의 연구에 의하면, 리스본에서는 체감기온이 1℃ 상승할 때 전체 사망자 수, 심혈관계 사망, 호흡기계 사망이 각각 2.1%, 2.4%, 1.7% 증가했고, 오포르투에서는 각각 1.5%, 2.1%, 2.7% 증가하였으며 두 도시 모두 65세 인구에서 더 높은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2011년 호주에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기온이 문턱 값인 24℃ 이상에서 1℃ 증가할 때 65세 이상 연령에서는 3.7% 사망자 수가(심혈관계 질환) 증가하였으며 전체 연령에서는 3.5%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 연구팀이 2019년에 발표한 논문 <2016~2018년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 추정>에서는, 하루 최고기온 33도를 기준으로 1도 상승할 때의 상대위험도를 바탕으로 2018년도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를 예측하여 산출했는데, 그 결과는 790명이었습니다.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8년 7월과 8월에 나타난 초과사망자(초과 사망자는 특정 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기대되는 사망자 수를 초과해 발생한 사망자를 의미합니다)가 7,060명이나 됩니다. 물론, 이 중에서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몇명인지는 정확히 분별하기 어렵습니다. 

 

2018년도에 폭염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몇 명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 숫자는 160명에서 7,060명 사이에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더위로 인해 한 해 수백 명에서 수 천 명이 사망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미 말이죠. 기후위기 시대, 우리의 모습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더위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죽음에까지 이르는 사람들이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무더위에도 야외에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 에어컨이 있는 쉼터가 없는 곳에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 에어컨이 없는 방에서 낮과 밤을 보내야 하는 빈곤층의 사람들입니다.

 

아래 표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2018 폭염에 의한 건강피해연구> 보고서에 수록된 표인데요, 이 표를 보면, 한참 일할 나이인 20~64세 남성은 실외작업장에서 일하다 온열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65세 이상 남성과 여성은 논밭에서 일하거나 집에 있다가 온열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수치가 바로 가난한 사람들과 노년층 등 취약계층이 겪어야만 하는 폭염의 고통을 잘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벌써부터 2020년의 여름이 가난한 이들에게 얼마나 큰 생명의 위기를 몰고 올지 걱정이 됩니다. 정책 당국은 각별하게 살피고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두 편의 보고서를 첨부합니다. 한번씩 읽어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2018 폭염에 의한 건강피해연구>에는 폭염으로 인해 위기상황에 노출되는 취약계층의 현실이 잘 포착되어 있습니다.

 

2006-2018년_폭염으로_인한_초과사망자_추정.pdf
1.21MB
[최종결과보고서] 2018 폭염에 의한 건강피해 연구.pdf
8.05MB